“미안, 지갑을 깜빡했네? 다음엔 내가 살게.” 이제 이런 핑계가 통하지 않는 시대다. 지갑 속 신용카드가 스마트폰으로 자리를 옮기면서부터다. 직장인들은 신용카드 없이도 구매한 물건의 비용을 치르거나 먹은 음식값을 낼 수 있게 됐다. 카드를 긁는 대신 스마트폰으로 터치만 하면 계산이 끝난다. 지문이나 홍채, 안면인식 등의 인증절차를 거쳐야 결제가 진행되는 만큼 안전하다. 이런 장점 때문에 간편결제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기업들은 다양한 간편결제 플랫폼을 출시하고 있고, 정부 역시 핀테크 발전을 위해 오프라인 간편결제 사용을 장려하는 분위기다.

1일 한국은행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간편결제를 통해 지출된 40조원으로 추산된다. 2016년도 연간 거래액인 11조7810억원과 비교하면 4배 가까이 늘어난 액수다.

오프라인 간편결제란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인증을 마치고 결제하는 시스템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결제 단말기 보급이나 근거리무선통신(NFC) 주도권 다툼 등의 문제 등으로 상용화가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높았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단말기 교체가 필요 없는 결제서비스를 상용화하면서 경쟁이 촉발됐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오프라인 간편결제 플랫폼인 ‘삼성페이’를 내놨다. 이후 NHN엔터테인먼트의 ‘페이코’와 롯데멤버스의 ‘엘페이’, LG전자의 ‘LG페이’ 등 다양한 업체들이 도전장을 내밀면서 경쟁을 치열해지고 있는 형국이다.

삼성페이는 신용카드를 결제기에 긁어 계산하는 대신 스마트폰에서 암호화된 결제 정보를 전달하는 마그네틱 보안전송(MST) 방식과 근거리무선통신(NFC)을 지원한다. 이 기술이 도입되면서 상점들은 결제 단말기를 교체할 필요가 없어져 부담이 줄었다. 삼성전자는 2015년 8월 이 서비스를 출시했다. 삼성페이는 갤럭시S 엣지플러스와 갤럭시 노트5에 기본 탑재되면서 꾸준히 이용되고 있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은 2017년 2월 447만명이 사용했던 삼성페이는 현재 694만명이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사용 연령대는 △20대 20% △30대 28% △40대 27% △50대 20% 등으로 고르게 분포돼 있다. 삼성페이를 다운받은 사람은 1000만명에 달하며, 누적 사용금액은 13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삼성페이를 사용할 때마다 적립금인 ‘삼성 리워즈’를 통해 포인트 적립을 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체크카드 없이 삼성페이에 계좌를 등록해 은행의 현금인출기를 사용하는 서비스까지 도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단순 결제서비스에 그치지 않고 궁극적으로 지갑을 대체하는 것이 목표”라며 “제휴 업체를 확대해 고객 서비스도 꾸준히 늘려나가겠다”고 말했다.



NHN엔터테인먼트의 페이코는 온라인 간편결제로 시작해 지난해부터 오프라인으로 시장 영역을 확대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용자만 삼성페이를 이용할 수 있다면, 페이코는 아이폰까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페이코는 현대백화점 등과 제휴해 결제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해 9월 GS홈쇼핑과 한화인베스트먼트 등에서 125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페이코는 28개월 만에 누적 3조원 사용을 달성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이용자 760만명, 누적 사용금액 3조5000억원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NHN엔터테인먼트는 페이코의 성장 속도가 빠른 만큼 올해부터 분기 평균 누적 실적이 1조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NHN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축적된 결제 데이터를 활용해 정교한 마케팅을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며 “페이코를 마케팅 플랫폼으로 육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롯데멤버스는 2015년 엘페이 서비스를 론칭했다. 2016년 마이비의 간편결제 서비스를 롯데멤버스로 양도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롯데멤버스는 비가청 음파기술인 ‘엘페이 웨이브’를 도입하면서 성장 속도가 빨라졌다. 엘페이를 1000원 이상 사용하면 엘포인트를 적립받을 수 있고, 포인트는 1대 1로 사용이 가능하다. 1만점이 모이면 1만원권 롯데상품권으로 교환도 가능하다.

롯데멤버스 관계자는 “롯데마트와 세븐일레븐, 하이마트 등 전국 1만1000개 매장에서 엘페이 사용이 가능하다”며 “전체 엘페이 이용 실적은 올해 3월 기준으로 약 12배 성장했다”고 말했다. 신세계아이엔씨에서 운영하는 간편결제 서비스인 ‘SSG페이’도 신세계 유통망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다.

KT는 21개의 결제수단을 하나의 모바일 디바이스에 담을 수 있는 ‘클립카드’를 앞세워 오프라인 결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클립카드는 신용카드 모양의 기기에 신용카드와 멤버십카드, 교통카드 등을 담은 제품이다. 스마트폰에서 KT 클립 앱을 다운받고 원하는 카드를 등록하면 블루투스를 통해 클립카드에 등록된 정보를 저장, 사용할 수 있다. 카드 형태지만 1.3인치의 디스플레이가 적용돼 교통카드 잔액을 살펴보고 결제할 카드의 종류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정부 역시 계좌 기반의 모바일 간편결제 이용을 장려하고 있다. 기술과 금융이 더해진 ‘핀테크’ 육성을 위한 정책이다. 금융위원회는 핀테크 혁신 활성화 방안을 통해 모바일 간편결제를 사용하는 소비자가 가맹점이나 결제서비스 업체에 수수료를 깎아 줄 계획이다. 또 모바일 간편결제를 도입하는 가맹점에 수수료 부담도 낮춰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