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으로 다달이 납부하는 각종 요금을 카드 결제로 대체하기 위해 카드업계가 분주하다. 매월 현금으로 거래하는 월세, 아파트 관리비, 공과금도 모자라 우유 대금까지도 카드로 결제하도록 경쟁하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각종 부가상품 영업에 대한 모니터링이 강화되면서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카드사들이 현금성 시장을 개척하고 고정 고객을 유치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우유 대금도 카드로 내는 시대

KB국민카드는 우유 대금 납부 시장에 뛰어든다.

2일 KB국민카드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 쯤 전국 6000여개의 우유 배달 대리점에서 국민카드로 결제할 수 있도록
업무 제휴 추진 중”이라면서 “학교 등 단체 급식을 하는 대형업체나 소규모 대리점 등을 합쳐 6000여개이며 시장의
규모는 2조원 가량으로 추산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KB국민카드는 최근 전자결제업체(PG)인 갤럭시아커뮤니케이션즈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갤럭시아컴즈가 보유한 우유 대리점 네트워크 망에서 지로, 계좌 자동이체 등에 더해 우유 대금 납부 수단 중 하나로
국민카드가 추가되는 방식이다.

신성훈 KB국민카드 마케팅본부장은 “이번 협약을 통해 다양한 생활 밀착 분야에서 현금 대신 카드자동 납부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여전히 뜨거운 임대료 납부 시장

카드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월세 납부 시장 공략에 대한 카드사들의 관심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삼성카드는 이날부터 전·월세 앱(응용프로그램)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와 손잡고 국내 최초 임대료 카드 결제
앱 ‘다방페이’서비스를 시작한다. 이 외에 이달 중으로 신한, 롯데, BC카드도 다방페이에 진출한다.

지난 달 15일 결제 서비스를 시작한 하나카드는 하나은행 대출 금리 우대 혜택도 준다. 다방페이 앱을 통해 월세를
내는 고객이 하나은행 영업점에 가서 앱 화면을 보여주면 하나은행에서 전세자금대출·주택매매대출을 받을 때 금리를 0.2% 낮춰준다. 하나카드와 신한카드는 다방페이로 납부 시 월세 2만원을 우대해주는 전용 카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스테이션3에 따르면 다방 앱에서 발생할 월세 카드결제 규모는 연간 5700억원으로 추정된다. 박성민 다방페이 사업본부장은 “이번에 다방페이에 참여하지 못한 카드사 여러곳이 현재까지도 참여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면서 “1인가구가
점차 늘고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이 이어지는 추세를 볼 때 월세 카드납부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우리카드는 지난 달 11일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임대주택 66만세대에 임대료 카드 자동 결제 서비스를
개시했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66만세대의 임대료 시장 규모는 6조원으로 추산된다. 신한카드는 지난 8월부터 LH의
임대주택 81만여가구에 임대료 카드 납부 서비스를 단독으로 제공하고 있었는데, 지난 달 들어 서비스 대상을 확대했다.

롯데카드는 오는 2018년 입주하는 롯데건설의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 임대료 납부 수단에 카드 결제를 추가할
예정이다.

◆ 사업자들 좋아할까... 정치권도 관심 보이는 납부 수수료 낮추기

카드사들이 이같이 정기적인 요금 납부 시장 진출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마지막 남은 매출 창출원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임대료 뿐 아니라 아파트 관리비, 도시가스 요금 등 각종 공과금 등 기존에 현금으로 거래되던 시장을
빠르게 점령하고 있다. 매달 거래가 생기는 안정적인 수익 창출원인 데다, 카드를 꾸준히 이용하는 충성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다만 임대료 카드납부의 경우 임대인들이 소득 공개를 꺼리고, 결제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 것이 카드 결제 확산의
걸림돌이다. 기존에 현금으로 부담하는 것을 카드로 결제할 경우 소득이 훤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또한 임대료 카드 결제 수수료가 신용카드의 경우 2.5% 수준이고, 체크카드는 이보다 조금 낮은데 임대인들이 이를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국회 차원에서 임대료 카드 결제 수수료를 낮추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