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VISA)카드가 해외이용 수수료 인상 움직임을 보이면서 소비자 뿐 아니라 카드사들의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카드사들은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뾰족한 대응책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비자(VSIA)카드는 오는 10월부터 국내 카드사의 해외이용 수수료를 기존 1.0%에서 1.1%로
인상하겠다고 각 카드사에 통보했다. 해외이용 수수료는 국내 카드 고객이 해외에서 결제할 때 비자 등의 국제카드사의 결제망을 사용할 때 내는 수수료다. 카드사들은 국내 이용수수료, 카드발급유지수수료 등의 수수료를 국제카드사에
지급한다.

비자카드의 수수료 인상으로 소비자들의 부담도 불가피해졌다. 만약 해외에서 1000달러(약 118만원)를 사용할 경우
기존 결제금액의 1%인 10달러(1만1800원)를 수수료를 지급하던 소비자는 향후 1.1%인 11달러(1만3000원)를 내야
한다. 1000원 이상의 수수료를 더 지불하게 되는 셈이다.

소비자 부담이 증가하면 카드사들의 부담도 늘어난다. 이번 수수료 인상에는 카드사들이 부담하는 수수료가 포함되지 않았지만 카드사들은 소비자 부담이 증가하는 부분을 카드사들이 혜택으로 대체해 제공해줘야 한다고 보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거주자의 해외 카드 이용금액은 132억6000만달러(15조6800억원)다. 단순 계산했을 때 소비자들이 국제카드사들에 지급한 수수료는 1억3000만달러(1537억원)에 달한다. 전체적인 금액으로 따져보면 금액이 더욱 커지는 셈이다.

하지만 국내 카드사들은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비자나 마스터 등의 국제카드사의 결제망이 전세계적으로
구축돼 있어 단순히 결제 수수료를 올렸다고 제휴를 끊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비씨카드와 중국의 유니온페이(은련), 일본의 JCB 등도 해외 결제망을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이 카드사들은 해외이용 수수료를 소비자에게 부과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카드사들은 최근 유니온페이, JCB 등으로 제휴사를 확대하고 있다.

문제는 비자나 마스터와 비교했을 때 아직까지 결제망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대형 가맹점에서는 사용이 가능하지만
중소가맹점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사용처가 더 많이 확보된 비자나 마스터카드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비자나 마스터 등 글로벌 카드사들의 결제망이 전세계적으로 구축돼 있어서 국내 카드사들은 이번 수수료 인상 결정에 대해서 마땅한 대안을 내놓기 어렵다”며 “당장은 직접 세계망을 구축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대책을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여신금융협회와 카드사들은 회의를 열고 이번 수수료 인상 대응 여부를 검토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여신협회 관계자는 “오늘 회의에서는 결론이 난 게 없다”며 “현황을 더 파악한 후 회의를 다시 열고 대응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