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붙는 모바일 결제시장 ◆

국내에서도 모바일 결제 방식을 놓고 한발짝도 물러설 수 없는 카드사 생존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관건은 근거리무선통신(NFC) 방식을 택할지 말지다.

NFC 방식 모바일 결제는 스마트폰에 카드 정보를 저장해놓고 전용 결제단말기에 전화기를 갖다 대면
상품 매매가 체결되는 시스템을 말한다.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 쓰는 교통카드 방식과 비슷하다.

반면 NFC 방식을 꺼리는 카드사들은 애플리케이션(앱) 방식을 밀고 있다. 스마트폰 앱으로 바코드나
QR(Quick Response)코드를 화면에 띄워 놓고 바코드 기기가 이를 읽어 결제하는 식이다.
카드업계는 NFC 채택을 놓고 두 진영으로 갈려 치열한 헤게모니 전쟁을 하고 있다.

2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올해 영세가맹점 집적회로(IC) 단말기 전환 사업을 놓고 카드업계가 치열한 논리 싸움을 벌일 태세다.

여신전문금융협회가 추진하는 IC 단말기 전환 사업은 지난해 카드사들이 조성한 공익기금 1000억원을 들여
영세가맹점의 오래된 카드 단말기를 새것으로 바꿔주는 프로젝트다. 기왕 바꿀 거면 NFC를 인식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자는 게
‘NFC 지지 카드사’들의 전략이다. 국내에서 NFC 방식을 지원하는 가맹점은 2만6000여 곳으로 전체 1.5%선에 불과하다.
최신 스마트폰을 사서 NFC 결제 기능을 깔아도 막상 써먹을 곳이 마땅치 않다는 얘기다. 하지만 글로벌 결제 트렌드가 NFC 기반으로
가고 있으니 한국도 적극 동참해야 한다는 논리다.

하나카드와 KB국민카드가 NFC 방식을 지지하는 대표적인 카드회사다. 하나카드는 이 분야에 오랫동안 공을 들여왔다.
올 상반기 세계 최초로 플라스틱 실물카드 없는 신용카드를 출시할 계획을 밝혀 주목을 끌기도 했다.

카드 정보를 스마트폰 유심(USIM)에 저장해 놓고 NFC 터치로 결제를 끝내는 방식이다.

KB국민카드는 NHN엔터테인먼트와 손을 잡고 NFC 기반을 늘려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자체적으로 NFC 가맹점 확보에 나설 예정이다. ‘한게임’으로 유명한 게임회사였던 NHN엔터테인먼트는
사업 다각화를 위해 간편결제 분야에 힘을 쏟고 있다. 양사가 힘을 합쳐 자체 결제 생태계를 만들면 시너지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반면 이를 제외한 대다수 카드사들은 NFC 방식 확대를 상당히 꺼리고 있다. 상황을 지켜보고 대응해도 늦지 않다는 논리를 들고 있다.
막대한 돈을 들여 NFC 단말기를 보급할 필요가 당장은 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시장점유율이 높은 대형 카드사에서 이 같은 논리가 두드러진다. 이들 업체는 과도기 시스템인 앱 방식을 밀고 있다.
앱으로 바코드나 QR코드를 화면에 띄우면 가맹점에서 이를 확인해 결제가 되는 방식이다. 터치 한 번으로 끝나는 NFC 방식에 비해
불편하고 복잡하지만 가맹점들이 가진 기존 결제기기(포스단말기)와 호환이 잘된다는 장점이 있다.

논쟁 배경에는 물고 물리는 카드업계의 치열한 주도권 다툼이 숨어 있다. 한국 카드산업은 이미 포화 상태다.
경쟁이 워낙 치열해 점유율 1%포인트를 높이려면 수백억 원 규모 마케팅 자금을 써야 한다.
하지만 NFC 가맹 인프라스트럭처가 급속도로 퍼지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NFC 기술 개발에 힘써온 하위권 카드업체가 변화의 물길을 타고 급속도로 세를 불릴 수 있다.
하나카드가 내놓은 모바일 전용 카드가 인기를 끌어 단숨에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