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IC(전자칩)단말기 전환 기금에 대한 '세금폭탄'을 피하기 위해 관련 세법 시행규칙 개정 추진을 검토 중이다.
아울러 지정기부금단체 신청을 검토하는 등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세금 문제를 해결하고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30일 금융당국 및 카드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여신금융협회는 IC단말기 전환기금 전액이 영세가맹점에 지원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법인세법과 상속증여세법 시행규칙(장관령) 개정을 추진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법인세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여신금융협회가 공공기관으로 인정받거나, 상속증여세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카드사의 분담금을
기부금으로 인정받는 방안이다. 둘 다 증여세를 면제 받을 수 있지만 법인세법 시행규칙을 개정할 경우, 여신금융협회가
공적인 업무만을 수행하진 않기 때문에 별도의 재단을 설립해야 한다.

카드업계는 신용카드 가맹점단말기를 보안에 강한 IC단말기로 전환하는 작업을 추진하면서 각사가 분담금을
내 단말기 기금 1000억원 조성, 65만 영세 가맹점의 단말기를 IC단말기로 교체하는 것을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최근 이 기금에 대해 증여세를 내야한다는 국세청의 유권해석이 나오면서 사업이 난항에 빠졌다.
증여세 과세 대상에 해당하면 카드사들이 조성한 1000억원의 기금 중 절반인 500억원을 세금으로 내야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세법 시행규칙 개정 추진과 함께 지정기부금단체 신청도 검토하고 있다.
지정기부금단체는 공익 목적을 수행하는 법인에 대해 세제혜택을 주는 제도로 기획재정부의 심의를 통해 결정된다.

지정기부금단체에 지정되면 증여세를 면세 받을 수 있지만 그간 공익기관이 주로 지정됐다는 점과 신청기간 등 물리적인 조건을 감안하면 내년 3월 이후에나 지정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내년 1분기까지 IC단말기 교체 사업은
사실상 전면 중단될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세법 시행규칙 개정과 지정기부금단체 신청 등 몇 가지 방안을 놓고,
여신협회와 최선의 방법을 찾고 있다"며 "가능한 기금 전액이 영세가맹점을 지원하는 데 쓰일 수 있도록
빠른 시일 내 결론을 낼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지난 4월 보안이 취약한 마그네틱(MS)방식의 가맹점 단말기를 IC단말기로 전환키로 결정했다.
내년까지 IC단말기로 교체를 완료한 후 2016년부터 모든 가맹점에서 IC 결제를 의무화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