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월 정부의 규제개혁점검회의에서 해외 소비자가 국내 쇼핑몰 이용 시 결제 과정의 불편함이 지적된 이후 관련 부처에서
전자상거래 결제 간편화를 위한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 페이팔이나 중국 알리페이 같은 해외 전자지급 서비스 전문업체가 제공하는 간편한 서비스를 모델로 삼아 온라인 신용카드 결제과정을 단순화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기존 결제과정의 문제점은 카드사의 손해를 줄이기 위한 복잡한 비표준 인증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기존에는
인터넷쇼핑몰에서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려면 '안심클릭' 또는 'ISP안전결제'와 같은 카드사가 채택한 인증방식을 기본으로
사용해야 됐습니다. 특히 30만원 이상의 금액을 결제할 때는 추가로 공인인증서를 사용해야 돼 외국인들은 국내 인터넷쇼핑몰에서 물건을 구입하기 어려웠습니다. 더구나 이 같은 결제 방식을 사용하려면 액티브X가 반드시 설치돼야 하는 탓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 외의 사파리, 크롬, 파이어폭스 등의 웹브라우저는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페이팔이나 알리페이 등 간편결제 기술을 도입한 해외의 온라인쇼핑몰에서는 '안심클릭'이나 'ISP안전결제'과 같은 복잡한 인증이 필요 없어서 전 세계 누구나 물건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이는 결제구조가 카드사 중심이 아닌 결제대행업체(PG사) 또는 해당 쇼핑몰로 돼 있기 때문입니다. 웹브라우저에 따른 제한을 받지도 않습니다. 소비자의 결제 편의성을 극대화 하기 위한 방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한국형 페이팔과 알리페이를 만드는 것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금융권, 카드사들은 결제방식에 따른 사용자의 불편함을 줄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우선 정부는 온라인 전자상거래에서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로 결제를 할 때 공인인증서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폐지해 인증 과정을 간소화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또 사용카드사들이 사용하고 있는 '안심결제' 등이 기존 인증방식과 차별화 될 수 있도록 명칭을 '일반결제'로 변경하고 간편결제 과정에서 인증단계를 최소화하도록 권고했습니다.

PG사에 대한 인증업무도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PG사가 신용카드의 정보를 저장하는 것을 허용해 결제를 더욱 간편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웹 표준인 HTML5를 적극 사용해 액티브X의 사용을 최소화하고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사용하지 않는 국내외 소비자들이 불편 없이 국내 전자금융거래의 인증과정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정부의 결제과정 간소화 추진에 신용카드사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인증단계가 줄어드는 만큼 보안성이 약화되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은 인증단계를 축소하기보다 휴대폰 문자메시지(SMS) 인증 또는 자동응답시스템(ARS)을 도입해 공인인증서와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대형 PG사들은 공인인증서와 액티브X를 이용하지 않고도 인증을 할 수 있는 간편결제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간편결제 서비스가 정착될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배문선 한국은행 전자금융팀 과장은 "신용카드사가 PG사 등에서 제공하는 인증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채택하거나 결제과정 간소화에 따른 위험을 부담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내 카드사들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반면 페이팔과 알리페이를 비롯한 해외 관련 기업들은 한국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정부의 결체 인증체계 간소화 대책이 변화하면서 이들이 한국시장이 직접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입니다. 특히 막강한 중국의 구매력을 무기로 세계 시장으로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알리페이가 가장 적극적입니다. 알리페이는 명동 지하상가에 대대적인 광고를 하는 등 한국 소비자 뿐 아니라 중국인 관광객까지 흡수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