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최수현 금감원장 “신종 지급결제 도입 금융사고 우려 크다”
ㆍ한은 “외국업체 진출 용이해져”… 정보유출 등 보안 대책은 ‘취약’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전자상거래 결제 간편화 대책으로 페이팔·알리페이 등 해외 ‘공룡’ 결제대행업체(PG사)들의 국내 진출이
용이해졌다는 한국은행 분석이 나왔다. 금융감독원은 신종 결제업체 등장으로 사고 위험이 높아져 종합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가 박근혜 대통령 지시에 따라 급하게 전자결제 시스템 개편에 나섰지만 전문 기관들이 일제히 우려 섞인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16일 한은이 내놓은 ‘전자결제 인증체계 개선 방향과 향후 과제’ 보고서를 보면, 금융위는 지난 3월 박 대통령이 주재한 규제개혁점검회의 이후 전자상거래 결제 간편화를 위한 정책을 연이어 발표했다. 그러나 이 때문에 해외 PG사의 국내 시장 진출 가능성이 커졌다. 해외 PG사들의 방식처럼 금융위가 국내 PG업계도 신용카드정보를 저장할 수 있도록 허용했기 때문이다. 배문선
한은 전자금융팀 과장 등은 보고서에서 “페이팔·알리페이 등은 우리나라의 고유한 인증체계로 인해 국내 진출에 소극적이었으나 이번 대책으로 국내 진출이 용이해졌다”고 밝혔다.

반면 국내 업체들은 당장 진출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신용카드사가 PG사 등에서 제공하는 인증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채택하거나 결제 과정의 간소화에 따른 리스크를 부담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이 같은 인증 서비스가
폭넓게 정착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는 금융위의 규제 완화가 시장 개방 효과로 이어져 해외 업체들의 국내 시장 잠식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경향신문 10월6일자
25면 보도)와 일맥상통한다. 여신금융협회도 페이팔 등이 국내에 진출하면 가맹점 수수료를 2.36~3.97%로 책정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국내 PG사들은 3.4~4%에 달해 시장 주도권을 넘겨줄 것으로 분석했다.

정보 유출 등 국내 PG사들의 취약한 보안 시스템에 대한 우려도 증폭되고 있다. 한은은 “PG사 등이 결제정보를 보관할 수 있게 되면서 정보 유출 리스크가 커지고 부정사용 리스크도 증대됐다”며 “해외와 달리 신용카드사와 PG사가 온라인 신용카드 거래에 대한 부정거래탐지 시스템을 구축·운영한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도 우려할 만한 요인”이라고 밝혔다.

금감원도 간편결제 서비스 시장 육성에 따른 사고 위험에 대해 공식 언급했다. 최수현 금감원장은 이날 국정감사 업무보고를
통해 “최근 카카오·알리페이 등 비금융사인 ICT(정보통신기술) 기업들이 금융사의 고유 영역인 지급결제 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며 “신종 지급결제 서비스 도입으로 소비자 편의성이 증대될 수 있으나 금융사고 및 규제공백 등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발생 우려가 제기되는 만큼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