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1층에 있는 커피숍은 아메리카노 커피를 1000원에 판다. 커피 한잔을 팔 때는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받지 않던 이곳에도 최근 변화가 생겼다. 이제 커피 한잔을 사면서도 카드를 내미는 한은 직원들이 많다.

이는 금액이 작더라도 카드로 결제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난 현실을 보여주는 한 풍경이다. 이러한 소액결제의 급증이 카드산업
생태계에도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소액결제가 늘어나면서 가맹점 모집과 관리, 전표를 수집하는 밴(VAN)사의 수수료 수입이 늘고
상대적으로 카드사의 수익이 감소(비용의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8일 한은이 낸 ‘최근의 지급카드 이용 현황 및 주요 과제’ 보고서를 보면, 카드사가 가맹점으로부터 받는 가맹점수수료 가운데 밴사에
지급하는 수수료의 비중이 2009년 6.7%에서 11.2%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태길 한은 결제안정팀 과장은 “소액결제가 늘어
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맹점 수수료는 건당 정률제(결제금액 중 일정 비율)이지만, 이 가운데 카드사가 밴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는 건당 정액제(결제금액 중 일정 금액)다. 카드사는 가맹점으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카드결제승인 중계로 건당 60원에서 100원, 전표 매입 대행 건당 5원에서 60원을 밴사에 수수료 명목으로 지급한다.

밴사의 수수료 규모도 소액결제 증가 등을 포함한 카드 사용의 증가로 2009년 5900억원에서 지난해 1조100억원으로 늘어났다. 그런데 밴사가 얻은 수입 가운데 27.2%를 할인마트, 백화점 등 대형 가맹점에 리베이트로 지급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밴사의 처지에선 매출 규모가 큰 대형 가맹점을 확보해 수수료 수입을 높이고 카드사에 대한 협상력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윤 과장은 “대형 가맹점에 리베이트가 집중되면서 사실상 중소가맹점에 수수료 차별을 야기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김영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밴사의 리베이트를 금지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