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대표 전동수)가 ‘형제기업’인 삼성카드(대표 원기찬)에 수백억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규모의 보상금을 물어줘야 할
위기에 처했다. 자사 데이터센터 화재 여파로 삼성카드 전산 서비스가 24시간 넘게 마비된 가운데 양사 업무 제휴 협의안에 피해발생에 따른 금전 보상안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무형적 피해가 큰 사안이라는 점에서 삼성SDS의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 삼성SDS 데이터센터 화재, 삼성카드 온라인 결제 먹통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SDS는 지난 20일 과천데이터센터 화재 사고 이후 일부 서버 접속을 차단, 데이터 백업 작업에 나섰다. 해당 데이터센터는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등으로 대표되는 삼성 그룹 금융계열사의 시스템 및 데이터를 주로 관리하는 곳이다. 서버 접속이 중단되면서 각 회사 전산 서비스망은 이날 오후 5시까지 마비 상태다.

일부 계열사들은 삼성 임직원용 인트라넷인 ‘마이싱글’ 사용도 원활하지 않다며 불편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계열사들은 정보 보안을 위해 내부 네트워크망으로만 접속 가능한 마이싱글을 통해 업무를 지시하거나 보고를 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 카드결제가 24시간이 넘도록 중단되면서 삼성카드의 피해가 큰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카드가 제휴를 맺은 새마을금고, 국민은행 등 18개 금융기관의 체크카드 사용도 불가능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오후 6시 기준 체크카드 및 현금서비스는 상당부분 정상화됐으나 쇼핑몰 등 온라인 결제 서비스는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제휴 체크카드 서비스 중 삼성증권, 중소기업은행, 광주은행, 동부저축은행 등 4곳도 복구 전이다.

삼성SDS는 계열사와 서비스수준협약(SLA)을 맺고 있다. 정해진 수준의 서비스를 가입자에게 제공토록 한 품질보장에 대한 협약이다. 품질이 기준에 못 미치는 경우 서비스를 제공받는 업체는 이용액 감면이나 품질보증 위반에 따른 보상금 지불을 요구할 수 있다.

삼성SDS가 온라인 결제 중단 등으로 피해를 입은 삼성카드에 거액을 물어 줘야 하는 근거가 된다는 얘기다.

지난해 기준 국내 온라인 결제 중 신용카드 1일 결제액은 약 850억원이다.

신한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등이 신용카드 선두업체로 꼽힌다. 시장점유율 20% 내외로 신한카드가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삼성카드는 15% 수준. 이를 토대로 삼성카드의 일 결제액을 계산해보면 127억5000만원 상당이다. 삼성카드의 온라인 결제가 하루 종일 먹통일 경우 13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이 가능하다.

사용자 문의 응대 등에 따른 시스템∙인력 투입, 신뢰도 하락 등을 포함한 기업 이미지 타격을 고려할 때 삼성카드의 피해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 “피해 규모 파악 후 보상금액 논의”

삼성카드 관계자는 “소비자들에게 1일 이상 서비스가 안 된다는 것은 카드사 입장에서 굉장히 큰 위기”라며 “전사적인 역량을 모두 동원해 서비스 복구에 나설 정도로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SDS의 경영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 거액의 보상금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삼성SDS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5056억원으로 전년(5580억원)보다 9.4% 줄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익은 약 20% 줄어든 326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SDS 관계자는 ”계약 관계상 보상을 진행하겠지만 화재보험에 가입돼 있기 때문에 재무상 무리가 있진 않을 것”이라며 “우선 피해 범위와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한 다음에 보상금액에 대해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보상금 책정 비율에 대해선 “계약 당사자간 비밀로 밝힐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